p.33
그 까닭은 그가 다른 누구보다도 삶의 최고의 기술을 위해 자신을 바쳤기 때문이다. '자신을 지킨다는 가장 높은 기술'
p.35
그의 투쟁은 순전히 방어에만 국한된 것.
일종의 위장용 외투를 입고 세상을 지나쳐 가면서, 자기자신을 향하는 길을 찾아내는 것이었다.
보호색을 취하면서, 안으로는 자 신의 영혼이 온갖 뉘앙스를 다하여 색채 유희를 펼치게 하고 그것을 관찰하였다. 언제든 자신을 빌려줄 용의는 있었으나 그 무엇을 위해서도 자신을 온전히 바칠 생각은 없었다.
자신을 유지하고 묘사함으로써, 그는 시대를 초월한 벌거벗은 인간을 자기 안에 그대로 보존하였다.
"분별력 있는 인간은 아무것도 잃을 게 없다."
p.62
기름이 너무 많으면 램프의 불이 꺼지듯이, 우리의 정신 능력도 공부할 재료가 너무 많으면 나쁜 영향을 받는다. 이렇게 '주입된 지식'은 기억력에 부담을 주어 영혼이 기능하지 못하게 한다.
p.98
가장 지혜로운 사람조차 유혹을 피하지 못한다. 처음에는 자신을 알고자 하지만 나중에는 자신을 보여주려고 하는 것이다.
p.102
그는 목적을 위해 쓸 수 있는 공식인 '현자의 돌'을 찾는 철학자가 아니었다. 도그마나 학설을 원하지 않고, 고정된 주장에 대해 언제나 두려움을 품었다.
"그 무엇도 대담하게 주장하지 않기, 그 무엇도 경박하게 부인하지 않기." 그는 그 어떤 목적을 향해서 나아가는 게 아니었다.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그의 생각에는 모든 길이 올바른 길이다.
소크라테스가 그 어떤 도그마나 학설, 법칙, 체계 등 아무것도 남기지 않았기 때문에 몽테뉴는 그를 가장 좋아했다. 소크라테스는 그 자체로 하나의 형태일 뿐이었다. 몽테뉴는 모든 것에서 자신을 찾고, 자신 속에서 모든 것을 찾는 인간이었다.
우리는 아마도 이런 지치지 않는 탐색, 호기심, 나쁜 기억력 덕분에 몽테뉴의 가장 좋은 부분을 얻는 것 같다.
나는 누구인가, 하고 그는 묻는다. 그는 자신을 '마치 타인처럼' 바깥에 세우고 바라보려 한다. 자신의 소리를 듣고, 관찰하고, 자신을 비판하고, '자신을 연구'한다. 그 자신이 "나의 형이상학이며 물리학"이 된다. 자신을 눈에서 놓치지 않고, 여러 해 전부터 자기가 통제하지 않은 그 어떤 일도 한 적이 없다고 말한다. "내 지성에 드러나지 않은 그 어떤 행동도 알지 못한다." 그는 이제 혼자가 아니라 둘이 되었다. 그리고 이런 즐거움이 끝이 없음을 알았다. 자아는 절대로 고정되지 않는 것이며, 변하고, "파도치며", 오늘의 몽테뉴가 어제의 몽테뉴와 같지 않음을 발견했다. 인간이 오로지 여러 국면, 상태, 개별성을 발전시킬 수 있을 뿐임을 알았다. 하지만 모든 개별적인 것이 중요하다. 작고 순간적인 몸짓이 확고한 태도보다 더 많은 것을 가르쳐준다. 그는 시간이라는 현미경 아래 자신을 넣고, 하나의 동작으로 보이는 것과 하나의 통일성을 해체하여 여러 개의 동작과 변화의 총합으로 바라보았다. 이렇게 그는 자신에 대한 탐구를 완전히 끝내지 못하고 영원히 지속한다. 하지만 자신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자신을 관찰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그래서 그는 역사를 읽고 철학을 공부했다. 자신을 가르치고 스스로 확신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행동했는지 보기 위해, 자신을 다른 사람들 옆에 세워보기 위해서였다.
그는 자신을 그들과 비교하기 위해 "과거의 풍부한 영혼드"을 탐구하고, 다른 사람들의 미덕, 악덕, 오류, 장점, 지혜, 어리석음을 연구했다. 역사는 그의 가장 큰 교과서였다. 그 자신의 말에 따르면 헹동에서 인간이 자신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그래서 몽테뉴는 자아나 자기 자신을 탐구하는 동시에 인간을 탐색했다. 모든 인간에게 공통되는 것이 있다는것과 유일무이한 것, 즉 개성을 엄격하게 구분했다.
각 개인이 빈 종이에 자기 자신을 새겨 넣는 문자. 괴테가 원형 언어를 동원해 개성에 대해서 언급한 말은 또한 몽테뉴의 말이기도 했다.
너를 세상에 준 그날에
태양이 행성들의 인사를 받으러 멈추어 섰고
너는 곧바로 무럭무럭 자랐지,
네가 속한 그 법칙에 따라.
그렇게 너는 존재해야 한다. 너는 너 자신에게서 도망치지 못한다,
시빌레들도, 얘언자들도 이미 그렇게 말했어.
그 어느 시대 그 어떤 권력도 살아서 발전하는
주조된 형식을 갈가리 찢지는 못하는 것이니.
이런 탐색, 즉 자신의 "정수"(essence)에 대한 탐색, 관찰의 맨 처음, 중간, 마지막에 나타나는 이런 자기 탐색은 수많은 몽테뉴들을 보여준다. 사람들은 그것을 자기중심주의라 불렀고, 특히 파스칼은 그 유명한 대화에서 그것을 오만, 자기만족이라고, 심지어 몽테뉴의 원형적 결함이며 죄악이라고까지 불렀다. 하지만 "오직 너희 자신과만 결합하라"는 몽테뉴의 말은 다른 사람에게 등을 돌리라는 의미가 아니었다.
자아 도취와 열광보다 더 그와 거리가 먼 것은 없었다. 그는 고립된 인간도 은둔자도 아니었으며, 자신을 과시하거나 뽐내기 위해서 자기 자신을 탐색한 것이 아니라 자신을 위해서 자기 자신을 탐색했다. "나는 늘 나 자신을 향해 다가간다. 나 자신을 끊임없이 질책하기에"라고 그는 말했거니와 한가지 의지, 곧 자신의 본성에 따라 행동하였다.만일 그것이 잘못이라면 그는 기꺼이 잘못을 고백했다. "자기 자신을 통해 남들을 즐겁게 하는 일은 필경 오만이라는 말이 맞는다면, 나는 스스로 이런 병적인 특성을 지닌 행동을 포기할 필요가 없다. 나 자신이 그런 특성을 지니고 있기에. 또한 내가 자주 행할 뿐더러 내 직업이기도 한 이런 잘못을 감추어서도 안된다." 그는 "자기 자신을 즐기고, 그것도 품위 윘게 즐기기 위해서" 자신을 보아야만 했다. 그것은 그의 허영심이라기보다는 그의 역할이요 재능이며, 무엇보다도 그의 기쁨이었다. 자신을 향한 눈길은 그를 자기 자신에게서 떼어놓지 않았고, 그렇다고 스스로를 이 세상의 낯선 존재로 만들지도 않았다.
"나는 삶을 사랑하고, 신께서 우리에게 주고자 하신 그대로 삶을 이용한다." 그가 자신의 자아를 보살피는 일이 그를 세상에서 격리시키거나 고독하게 만들지 않았고, 오히려 수많은 친구들을 만들어주었다. 자신의 삶을 서술하는 사람은 모든 사람을 위해서 사는 것이며, 자신의 시대를 표현한 사람은 모든 시대를 위해 그렇게 한 것이다.
"내 안에는 특별한 것이나 낯선 것이 없다." 자신 안에 있는 보편 인간적인 실체. 지혜와 진실의 전이 가능성은 몽테뉴가 의심한 것들 중의 하나다.
인간을 가르칠 수는 없으며 오로지 인간이 스스로를 탐색하도록, 자기 자신의 눈으로 바라보도록 안내할 수 있을 뿐이다. 그 어떤 안경이나 알약도 없이 말이다.
p.127
그는 10년 동안이나 자신의 탑 속에서 세상과 멀리 떨어져 지내면서 모든 게 끝났다고 믿었다. 하지만 이제는 자신의 오류를 알아보았다.
다른 세기에 살았던 이런 동반자들, 세계 최고 인물들과 함께 지내는 것은 휴식이며 위안이었다. 하지만 인간은 자신의 세기에 사는 것이다. 그러고 싶지 않아서 "우리가 더 나은 시대에 살지 못함을 안타깝게 여길 수는 있어도 현재에서 벗어나 도망칠 수는 없다."
잠깐 휴식을 취할 수는 있어도 완전히 시대에서는 벗어날 수 없다.
소유물이 있는 한 인간은 소유물에 달라붙어 있고 소유물은 천 개의 작은 가고리로 매달리게 마련이니, 오직 한 가지만이 도움이 된다. 거리를 두면 모든 것이 변한다. 외적인 거리가 내적인 거리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집을 떠나자마자 나는 이 모든 생각을 내게서 싹 지워버린다. 내 집에서 탑이 무너진다 해도 집 안에 있는 지금 지붕에서 널빤지 하나 떨어지는 것보다 덜 근심할 것이다." 작은 장소에 묶여 있는 사람은 작은 근심에 빠진다. 모든 것은 상대적이다. 몽테뉴는 언제나 거듭, 우리가 근심이라 부르는 것은 자체 무게를 지닌 것이 아니라 우리가 그것을 키우거나 줄이는 것이라고 말한다.
가까이 있는 것이 멀리 있는 것보다 더 많은 근심을 만들어내고, 우리가 작은 척도로 움직일수록 작은 것이 더 많은 근심을 만들어낸다.
p.161
"내 영혼의 바탕까지 들여다보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내가 누군가에게 가까이 다가가거나 어떤 사람을 해칠 능력이 없다는 것, 복수나 질투를 하지 못하며 공공연히 분노를 야기할 줄 모른다는 것, 소문을 퍼뜨리거나 불안을 야기하지 못한다는 것, 내가 한 말을 어기지 못한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우리 시대가 다른 모두에게 그랬듯이 내게도 그럴 기회를 주었지만, 나는 다른 프랑스 사람의 소유물이나 재산을 움켜쥠으로써 손을 더럽힌 적이 없고, 전쟁이 났을 때나 평화 시에 오직 내가 소유한 것만으로 살았다. 또한 누군가에게 적당한 보수를 주지 않은 채 나를 위해 일을 하도록 한 적이 없다. ……나는 나를 심판할 나 자신의 재판소와 나의 법규를 가지고 있다."
